이른 아침 풀숲에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白露)가 코앞(7일)이다. 지난여름엔 더위와 폭우, 태풍 등으로 어수선했다. 하지만 9월에 접어들며 선선하고도 차분한 기운이 확연하다. 계절의 변이를 예찬하기로는 축제가 제격이다. 전국 방방곡곡 저마다 풍성한 가을잔치를 예고하고 있다. 충남 서천에서는 전어-꽃게축제로 가을의 미각을 돋우고, 강원도 평창에서는 대지를 뒤덮은 하얀 메밀꽃밭을 배경으로 운치 있는 풍류마당이 펼쳐진다. 제주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제주 서귀포칠십리축제는 '불로장생'을 테마로 주민과 관광객이 한데 어우러진 흥겨운 잔치마당을 벌인다.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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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는 9월부터가 제철이다. 충남 서천군 월하성 앞바다에서 꽃게잡이배가 싱싱한 꽃게를 건져 올리고 있다. < 사진=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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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진미를 맛본다 '서천 전어-꽃게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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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풍미가 일품인 전어회. < 사진=김형우 여행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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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대표 미각 '전어'의 계절이 돌아 왔다.
바다의 깨소금으로도 비유되는 가을 전어가 맛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봄에 태어나는 전어는 여름을 거치며 살을 찌워 가을부터 월동준비에 들어간다. 그 중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르는 때가 이즈음이다. 봄에는 100g당 지방이 2.4%에 이르지만 9월경이면 6%로 늘어나고 뼈조차 부드러워진다. 전어는 성어가 되면 한 뼘 정도 자란다. 맛은 중간 크기(20cm)에 육질이 탄력 있고 불그스름한 기운을 띤 것이 최고다. 여름 전어는 기름기가 적고 겨울 것은 뼈가 억세 가을 전어만 못하다.
우리나라 남서해안 곳곳에서 전어가 잡힌다. 하지만 그 집산지로, 일찌감치 이를 축제로 발전시킨 곳이 바로 충남 서천군이다. 서천군 서면 홍원항 일원에서는 때를 맞춰 오는 8~23일 '제12회 홍원항 자연산 전어-꽃게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8일 오전 12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본격 축제를 벌인다. 전어 시식회, 초청가수 공연 등의 무대행사와 더불어, 맨손으로 전어-붕장어 잡기, 조개껍질 공예 체험, 바다생물 관찰하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실시된다.
특히 축제장에서는 전어 시식으로 오는 가을을 맛볼 수가 있다. 이를 위해 축제조직위원회에서는 축제장의 전어 가격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1kg당 전어구이-전어회 및 회무침을 각 3만원으로 고정해 바가지요금 없이 전어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화요일 이벤트데이에는 전어구이-회 및 회무침을 각 2만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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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틀무렵 월하성 포구를 나서는 꽃게잡이배. < 사진=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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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를 먹는 데에도 방법이 있다. 고소한 맛을 제대로 즐기려거든 굵은 소금 흩뿌려 숯불이나 연탄불에 구워낸 구이가 제격이다. 전어 석쇠구이는 노릇노릇 지글지글 소리 내며 익어가는 모습이 먹음직스러울 뿐만 아니라 그 맛 또한 고소하다. 집나간 며느리를 돌아오게 할 정도의 고소함이란 바로 몸에 배인
불포화지방산이 타면서 나오는 것이다.
축제장에서는 더불어 속이 꽉 찬 싱싱한 꽃게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일반적으로 봄꽃게는 알이 꽉 차 간장게장으로 제격이고, 요즘 것은 살이 토실해 찜으로 최고다. 갯가 사람들은 요즘 꽃게를 더 좋아한다. 봄꽃게 처럼 알은 없지만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하기 때문이다.
이상원 홍원항 전어-꽃게축제 추진위원장은 "
전어 축제의 본 고장인 서천에 오셔서 가을의 진미인 전어도 맛보고 가족-연인과 함께 바다구경도 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축제가 열리는 서천 앞바다의 조황은 어떠할까? 서천군 월하성에서 꽃게와 대하 등을 잡는 어부 김영두 씨에 따르면 "이번 태풍 이후 작황이 나빠졌다"며 한숨이다. 당초 올가을엔 풍성한 어황을 기대할 수 있었으나 태풍 전 불어 닥친 강풍에 이어
볼라벤 등 초특급 태풍의 내습으로 작황이 급격이 나빠졌다는 것. 김씨는 "원래 꽃게나 전어, 대하 모두 우리 월하성 앞바다에서 잘 잡히는데 태풍에 쓸려 멀리 달아난 것 같다"며 "꽃게는 먼 바다에서 잡히고, 대하나 전어는 어획량이 줄어 좀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고 사정을 전했다. 이에 따라 산지가 기준 대하는 1kg당 2만 4000원, 꽃게 1만 4000~5000원, 전어 1만 원 등 예년에 비해 비싸게 거래 되고 있다.
서천군청 생태관광과(041-950-4256)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춘장대IC~서면~마량포구~동백정~홍원항
◆메밀꽃과 함께 운치 있는 가을을 만난다 '제14회 평창효석문화제'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 같은 낭만의 풍광 속으로 떠날 수 있는 가을잔치가 있다. 오는 7~16일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효석문화마을 일원에서 펼쳐지는 '제14회 평창효석문화제'가 그것이다.
봉평은 가산 이효석 선생이 나고 자란 곳이자, 그의 대표작인 소설 '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메밀꽃이 산허리를 덮고 있었다는 소설 속 그 풍경과 하얀 메밀꽃으로 가득한 봉평의 들녘처럼 속이 꽉 찬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효석문화제 동안 이어진다.
이즈음 해발 700m 산촌 고원지대는 가을의 느낌이 살포시 내려 앉아 멋진 풍광을 담아낸다. 메밀밭에 먼저 찾아온 가을정취 덕분이다. 하얀 융단처럼 펼쳐진 메밀꽃 군락은 정신을 흐릿하게 만드는 몽환적 정취를 풍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바로 이 같은 풍경이 효석문화제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하얗게 핀 봉평의 메밀꽃밭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맑고 깨끗한 공기 덕분에 메밀꽃대는 더욱 선명한 연둣빛으로, 그 위에 살포시 얹은 듯 피어난 메밀꽃은 더욱 희게 빛나 눈이 부시다. 높고 파란 하늘, 짙고 푸른 숲, 연둣빛 메밀꽃대와 희디 흰 꽃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가히 압권이다.
메밀꽃밭 사이로 난 오솔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가자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 함박눈 내린 목초지를 걷는 듯 한 착각 속에 빠지기도 한다. 메밀꽃 눈부신 들판에 서 있는 원두막은 한 폭의 풍경화다. 언덕 너머 한소끔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파도처럼 일렁이는 메밀꽃물결이 장관을 이뤄낸다.
축제에서는 이효석 문학의 정수를 접할 수 있는 문학행사가 이어진다. 장돌뱅이 허 생원과 성씨 처녀의 사연이 있는 물레방앗간, 장돌뱅이들이 드나들던 충주집, 여전히 소금을 뿌린 듯 한 메밀꽃밭을 문인들과 함께 걸을 수 있는 '효석문학 100리길 걷기행사', 전국의 문학소녀와 소년들이 모여드는 '효석백일장', 시 낭송과 소설낭독 등이 포함된 '이효석 문학의 밤' 등 다채로운 문학행사가 줄을 잇는다. 또 이효석문학관에서는 '메밀꽃 필 무렵', '늪의 신비', '일기' 등 이효석 선생 소설 속의 삽화를 접할 수 있고, 1968년 제작된 영화 '메밀꽃 필 무렵'을 '흐뭇한' 달빛 속에서 감상할 수 있다.
다양한 공연, 체험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문학마당에서는 마당놀이 '메밀꽃 필 무렵', 신 뺑파전, 신 놀부전, 관노가면 인형극, 풍물놀이와 버나놀이, 7080콘서트, 전통타악, 전통춤, 메밀타작소리 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윷놀이, 딱지치기, 비석치기 등의 전통놀이와 도리께로 곡식을 털어 보는 농사체험 겸 전통체험, 숨 가쁘게 펼쳐지는 통나무 빨리 자르기, 체험도 하고 맛있는 떡도 먹을 수 있는 찹쌀떡치기,
봉숭아물들이기, 나귀타기 등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이효석문화선양회(033-335-2323), 평창군 문화관광과(033-330-2771)
◇여행상품=우리테마투어(www.wrtour.com)는 오는 23일까지 매주 금, 토, 일요일 서울에서 출발해서 봉평 허브나라와 효석문화제 봉평메밀꽃밭과
대관령양떼목장 등을 다녀오는 당일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회비는 3만 3900원
▶가는 길=영동고속도로 장평IC ~봉평 방향 6번국도 8km~행사장(이효석문학관, 효석문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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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칠십리축제
제주의 가을을 알리는 대표 축제로는 '서귀포 칠십리축제'를 꼽을 수 있다. 가을의 문턱 오는 7~11일 서귀포칠십리시(詩)공원과 서귀포시내 일원에서는 '제18회 서귀포칠십리축제'가 펼쳐진다. 서귀포시가 주최하고 서귀포시관광협의회(회장 민명원) 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불로장생(不老長生)을 테마로 한 칠십리 거리퍼레이드와 제주전통혼례 '가문잔치', 작은 올레 걷기, 칠십리 가요제, 거리축제, 청소년 페스티벌, 마(馬)테마 프로그램, 시민화합 한마당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불로장생'이라는 추상적 테마는 축제를 통해 구현해내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서귀포는 불로장생을 꿈꾸는 서복의 전설(불로초의 전설)이 깃든 곳인 데다, 특히 불로장생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주요 관심 영역임에 착안, 축제의 주테마로 삼게 된 것이다.
서귀포시관광협의회는 이번 축제를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축제로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해 새로운 킬러콘텐츠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기회로 삼고 있다. 따라서 제주만의 독특한 전통혼례인 '가문잔치' '불로장생 작은 올레' 등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인다.
특히 제주전통혼례를 테마로 한 가문잔치는 불로장생을 관혼상제 의식과 연계해 전통혼례를 재연하는 한편 가문잔치상 시식 및 잔치상 음식점, 잔치집 넉둥배기 대전 등 제주의 옛 전통을 되살리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제주의 풍습과 건강음식 체험 기회를 선보인다.
축제 기간 중 9~11일 오후 4시 주행사장에서는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전통혼례와 잔치음식 시식코너가 준비될 예정이다.
또 불로장생 작은 올레걷기 프로그램에서는 축제장과 주변 경승지를 코스삼아 다양한 경품 이벤트를 즐기며 건강과 즐거움을 함께 챙길 수 있다. 서귀포 칠십리시(詩)공원과 서귀포의 랜드마크로 자리한 새연교 일대를 걸으며 유익하고 아름다운 '치유의 길'을 맛볼 수 있는 것.
제18회 서귀포칠십리축제 기간 중 지역 상권과 거리 활성화를 위해 9일 오후 5~10시 중정로, 명동로 일대에서는 청소년 페스티벌, 체험마당, 공연 프로그램 등 칠십리 거리 축제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이번 축제는 '2012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WCC)'와 연계해 개최되며, '서귀포시 주민자치박람회와 평생학습축제'도 함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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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회 서귀포칠십리축제장을 찾아 축사를 하는 우근민 제주지사(사진 왼쪽에서 네번째)). 왼쪽부터 세번째가 민명원 제주도관광협회수석부회장(서귀포시관광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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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명원 서귀포시관광협의회장은 "불로장생을 테마로 기존 축제 프로그램을 계승 발전시키는 한편 누구나 흥미를 느끼며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 다양한 부대행사를 구성했다"면서 "우리 지역의 독특한 전통문화를 축제라는 어울림의 장을 통해 향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축제,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글로벌축제"로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서귀포시 관광진흥과(064-760-3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