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국·반찬 갖춰야만 식사라는 인식 바꿔야
빵·우유·과일·계란 등 손쉽게 영양섭취 가능
과거 70~80년대까지만 해도 아침 식사의 정석은 5첩 반상이었다. 밥과 국은 기본으로 김치와 나물 등 여러가지 반찬이 밥상을 채웠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아침 식사의 풍경도 180도 변했다. 대가족 중심에서 핵가족으로 바뀌고, 바쁜 일상에 시달리면서 대다수 가정에서 5첩 반상의 풍속은 먼 나라 이야기가 돼버렸다. 심지어 출근 시간에 쫓기다 보니, 아침 식사를 거르는 모습이 낯설지 않게 된 게 현실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아침 식사를 건너뛴 채 출근했다. 이들 네 명 중 한 명(25.8%)은 10년째 아침 식사를 챙기지 못하고 출근길에 올랐고, 3분의 2(64.80%)는 3년 이상 아침 식사를 거르는 '아침 없는 아침'이 일상화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시간(45.75%)도 없고 귀찮아서(22.37%)다. 빠듯한 출근 시간에 '아침 식사=5첩 반상'이란 고정관념이 더해지면서 대부분 직장인은 아침 식사를 건너뛴 채 커피 한 잔으로 매일 빈속을 달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과도한 업무에 더해 아침 식사는 5첩 반상의 정식으로 차려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현재의 비정상적인 아침 풍경을 만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들 챙기랴, 출근하랴 바쁜 시간에 밥과 국, 반찬으로 된 아침 식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아예 아침을 포기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침 식사가 반드시 풍성한 반상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바쁜 일상 속에 밥과 국, 반찬을 챙겨 먹을 시간이 부족하다면 빵이나 우유, 과일 등으로 빈속부터 채워야 '공복→폭식→비만→성인병'의 악순환을 막아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조언이다.
엄순희 대한영양사협회 부회장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등 5대 영양소가 포함된 아침 식사를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나 바쁜 현대인의 일상에서는 기대하기 쉽지 않다"며 "짧은 시간 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빵에 우유를 마시거나 시간이 허락한다면 과일, 계란 등을 곁들여 최대한 다양한 영양성분을 섭취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박소영 제일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도 "혈당 조절이 필수인 당뇨 환자에게는 적절한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는 아침 식사는 필수"라며 "당뇨 환자가 아니더라도 우유나 죽, 과일 등으로 공복을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아침 식사를 바라보는 틀에 박힌 생각을 버려야 건강도 챙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따끔한 충고다. 영양 면에서 우수하나 편견에 가려져 정크푸드로 전락한 햄버거가 좋은 예다. '아침부터 햄버거는 무슨'이라며 정찬을 고집하다가 시간 없고 귀찮다는 핑계로 아침을 건너뛰면 공복으로 인한 병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햄버거 하나의 열량은 보통 280~590㎉로 삼계탕(700㎉), 자장면(670㎉) 등보다 낮다. 특히 성인 남성 하루 필수 열량이 2,200~2,600㎉여서 4~5개를 먹어도 건강상 문제가 없다. 또 하루 평균 중량 105g의 햄버거에는 탄수화물(35g)과 단백질(12g), 지방(10g) 등이 함유돼 영양 측면에서 우수한 편이다.
이같은 편견은 식품업계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아침 대용식도 마찬가지다. 영양 면에서는 5첩 반상이 부럽지 않지만 이를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빙그레가 아침 대용식으로 선보인 테이크아웃형 버블티 스타일의 드링킹요거트 '요플레 오프룻'이 대표적인 경우. 딸기&알로에, 블루베리, 포도&알로에 등 3종인 요플레 오프룻의 열량은 150㎉로 탄수화물(8g)과 단백질(5g), 지방(27g), 칼슘(170㎎) 등 필수 영양소가 포함돼 있다. 동원F&B의 '즉석죽'도 차별화된 식재료로 남다른 자부심이 크다. 상품별로 고단백 저지방 식재료인 전복은 물론 오메카3가 풍부한 참치, 피로회복에 좋은 비타민 B1이 함유된 팥 등을 담아 한 끼 아침 식사로 손색이 없다.
또 맥도날드가 아침 메뉴로 선보인 '맥모닝'도 맥머핀에 베이컨과 계란·치즈 등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같은 필수 영양소를 다양하게 내포하고 있다. 오뚜기의 '옛날 구수한 누룽지'도 아침 대용식으로 빼놓을 수 없는 상품으로 100% 국내산 쌀과 현미, 흑미, 오곡 등을 담았다. 영양에서도 1회 제공함량 기준(60g)으로 탄수화물(51g)과 단백질(5g) 등이 함유돼 있다. 반면 성인병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콜레스테롤 함량은 제로(0)다. 튀기지 않은 100% 국내산 쌀로 만든 대상의 청정원 '사골미역국밥'은 식이섬유(0.9g)와 칼슘(40㎎), 철분(1.7㎎), 단백질(5g) 등 필수 영양분이 들어 있지만 트랜스지방과 콜레스테롤은 전혀 없다.
아침은 국력이다 - 건강수명의 첫걸음
씹는 작용으로 뇌를 깨우고 포도당 공급 신진대사 촉진
아침 걸러 공복시간 길어지면 우리 몸은 저장기능만 활성화
장기적으로 비만까지 유발… 당뇨 등 성인병 주요 원인으로
올해로 불혹(不惑)에 접어든 최철환(40·가명)씨는 '아침 식사 챙기기'를 새해 목표로 삼았다. 스스로 건강을 챙길 나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다 주변에서 "아침 식사를 건너뛰는 게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어서다. 하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맞벌이 부부로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출근하기도 쉽지 않은데다 아침 먹기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해 결국 새해 다짐은 작심삼일로 끝나버렸다.
최씨는 "주변에서 지인들이 아침 식사를 꼭 해야 한다고 말해주지만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며 "이렇다 보니 아침 식사를 건너뛴 채 회사로 출근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한 삶이 화두에 오르는 요즘 '아침 식사=건강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지만 정작 왜,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울경제신문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두 명 가운데 한 명(52%)이 아침 식사를 거르고 있고 이 중 66.54%가 '아침 식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할 정도다. 건강을 챙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직장인들이 머리로는 '아침 식사를 꼭 챙겨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으나 몸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 아침 식사가 중요한 이유는 뭘까. 답은 아침 식사(breakfast)의 어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아침 식사는 글자 그대로 '공복(fast)을 깨뜨린다(break)'라는 뜻. 길게는 15시간 이상 지속되는 공복기를 멈춰 대사작용을 시작하게 한다. 빈속을 다양한 영양분으로 채워 오전 중에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한편 뇌에 필요한 포도당을 공급해 두뇌활동을 촉진시킨다.
엄순희 대한영양사협회 부회장은 "아침 식사는 자동차로 친다면 새롭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이라며 "저작(씹는) 작용으로 뇌를 깨우고 포도당이라는 에너지를 공급해 활동을 증진하는 효과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엄 부회장은 또 "이 때문에 뇌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학생은 물론 직장인에게도 아침 식사 챙기기는 매우 중요하다"며 "뇌를 비롯한 위와 장 등 모든 장기에 에너지를 공급해 원활한 신진대사를 촉진시킨다는 점에서 아침 식사를 거르는 일은 건강에 백해무익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침 식사 거르기는 최근 비만은 물론 심장병 등 성인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공복→폭식→비만→성인병'의 악순환으로 잘못된 식습관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하버드대 교수팀이 2만7,000명을 대상으로 식생활 습관과 심장병 발병의 상관관계를 16년 동안 관찰한 결과 아침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보다 그러지 않는 이들의 심장병 발병 위험도가 27% 높았다.
또 단백질과 지방이 포함된 풍성한 아침 식사가 성인 당뇨병 환자에게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가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 연구진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연구진은 당뇨병 환자 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섭취 칼로리 3분의1 수준의 단백질과 지방이 함유된 아침 식사를 한 사람들이 조촐한 식단(하루 섭취 칼로리의 12.5%)으로 아침을 해결한 이들보다 혈당이 3배 이상, 혈압은 4배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김양현 고려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침을 건너뛰면서 공복 시간이 길어지면 우리 몸은 점심 등의 식사를 통해 얻어지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소비하는 게 아닌 '저장'하는 데만 쏠리게 된다"며 "이 같은 행위가 반복돼 저장 기능만 활성화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비만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 '두 끼 식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일각의 의견도 있으나 이는 이 같은 섭취 습관이 정형화됐을 때만 해당한다"며 "정형화가 아닌 불규칙적으로 아침 식사를 건너뛰는 행위가 반복되면 전체적인 우리 몸의 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소영 제일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아침 식사를 거르고 공복인 상태로 오전 시간을 보낼 경우 점심을 폭식하는 사례가 많아 혈당조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인슐린 분비(저항성) 증가라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후천성인 2형 당뇨를 발병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아침 식사를 챙기는 사람보다 건너뛰는 이들의 인슐린 분비가 늘어난다는 점은 최근 연구 결과에서도 밝혀지고 있다"며 "당뇨병이 없는 일반인에게도 1차적인 예방 차원에서 아침 식사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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