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흡연을 시작한 최모(52·인천 부평구)씨는 2~3년 전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잔기침이 많아졌다. 담배를 피우면 으레 그러려니 하던 최씨는 지난달 감기에 걸려 동네 의원에 갔다가 "감기가 문제가 아니라, COPD(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려 있으니 폐기능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는 말을 들었다.
큰 병원 호흡기내과를 찾은 최씨는 "폐기능이 정상의 65% 수준으로 떨어져 있으므로 기관지확장제를 써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최씨는 약을 쓴 직후부터 가슴이 답답하던 증상이 확실히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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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PD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고 가장 효과 좋은 약은 금연이다. COPD 환자가 담배를 끊으면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수명도 늘릴 수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나이 탓 아닌 담배 탓
COPD는 기관지부터 허파꽈리에 이르는 기도가 좁아져서 숨을 제대로 못 쉬는 병이다. 흡연이 가장 큰 원인이다. 흡연으로 기도에 염증이 생기면 여기서 분비되는 독성물질이 허파꽈리를 망가뜨리는데, 그러면 폐가 산소를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해 항상 숨이 차다. 가래를 제거해 주는 섬모세포도 손상돼 항상 가래가 끼기 때문에 잔기침도 는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결국 허파꽈리가 완전히 굳어서 숨을 못 쉬게 돼 호흡부전으로 사망한다.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안중현 교수는 "COPD는 나이가 든다고 누구나 생기는 병이 아니라, 담배를 오래 피워서 생기는 병"이라며 "보통 50대부터 발병이 갑자기 늘지만, 담배를 일찍 입에 문 사람은 40대 이전에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COPD를 전세계 사망 원인 4위로 발표했고, 우리나라에선 7위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설문조사 결과, 45세 이상 흡연자 중 75%가 COPD가 어떤 병인지 몰랐다.
◇환자 90%이상 치료 안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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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D는 빨리 발견하면 병 자체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함께 따라오는 심혈관질환, 골다공증, 우울증, 수면장애 같은 합병증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흡연자가 병을 잘 모르다 보니, COPD 환자는 치료를 거의 받지 않는다. 치료받는 사람 상당수도 이미 기도가 심하게 막힌 상태에서 처음 병원에 온다. 2010년 정부의 표본조사 결과 국내 40세 이상 COPD 환자는 295만3600여명(유병률 13.2%)으로 추정됐으나, 그 해 실제로 진료받은 환자는 22만2700여명에 불과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중앙대병원 호흡알레르기내과 박인원 교수는 "40세 이상 흡연자가 가래, 기침이 잦고 가슴이 답답하다면 COPD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담배 끊고 주 3회 20분씩 걸어야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유지홍 교수는 "초기라면 담배만 끊어도 충분히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며 "이 단계에선 호흡이 힘들어지는 증상이 생길 때에만 기관지확장제를 써도 된다"고 말했다.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는 데 2~3번 쉬어야 한다면 폐기능이 이미 35% 이하만 남아 있는 상태다. 이 단계에선 하루 한 번씩 기관지확장제를 쓰면서 상태가 갑자기 악화하는 것을 막아주는 약을 먹어야 한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움직이기도 힘든 중증이면 실내에 산소발생기를 설치하는 산소유지요법을 써야 한다.
건국대병원 호흡알레르기내과 유광하 교수는 "COPD 환자는 병을 아는 순간부터 담배를 끊고, 경증이든 중증이든 1주일에 3회 이상 20분씩 걸어서 폐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며 "걷다가 숨이 차면 쉬었다 다시 걷더라도 20분은 무조건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