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알게 모르게 짠맛에 절어 있다. 외식과 가공업체들은 짭조름한 맛으로 입맛을 묶어 놓고 있고, 우리는 그것에 중독돼 왔다.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 과다 섭취는 거의 모든 만성질환의 시발점이다. 음식을 통해 들어온 나트륨은 혈액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혈액의 염도가 높아져 삼투압 현상으로 주변의 물을 혈액 내로 대거 끌어온다. 갑자기 혈관 내 홍수가 생기는 현상이다. 늘어난 혈액 볼륨으로 혈관이 부풀면 혈관 벽이 압박을 받는다. 나트륨 과다 섭취가 일상이 되면 동맥의 벽은 갈수록 딱딱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동맥경화로 가는 직행 길이다.
나트륨의 해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나트륨 자체가 혈관 내피세포를 자극해 혈관을 수축시킨다. 혈액 볼륨은 늘어 가뜩이나 혈액순환이 부담스러운데, 동맥마저 수축해버리면 동맥 내부의 압력은 이런 이중 효과로 급속히 치솟는다. 고혈압이 안 생기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고혈압 상태가 되면 혈관 덩어리인 신장이 가장 먼저 손상당한다. 콩팥 혈관이 딱딱해지고 망가진다. 신장은 체내 과다 섭취된 나트륨을 소변으로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신장이 망가져 나트륨 배출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뇌혈관 동맥도 ‘나트륨 고혈압’으로 동맥경화를 앓는다. 뇌동맥이 막히는 뇌경색 발생 위험 요인이 된다. 때론 뇌동맥이 고(高) 압력을 못 견디어 출혈을 일으키기도 한다. 고혈압은 심장 근육을 압박하여 경화를 일으키고,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손상을 준다. 이로써 나트륨 과다 섭취가 연쇄 고리로 연결돼 고령 장수의 3대 복병인 만성 신부전증, 뇌경색, 심근경색증의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트륨 과다 섭취는 또한 위점막을 자극한다. 위 점막을 퇴행·위축시켜 위암 발생의 위험을 높인다. 특히 소금에 오랫동안 절인 음식을 통한 나트륨 과다 섭취는 직접적으로 위암 발병 요인이 된다. 나트륨 과다 상태는 또한 칼슘이 소변에서 배출되는 현상을 촉진한다.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오게 하니, 골다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나트륨이 위험한 것은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트륨을 섭취하면 소화기에 있는 나트륨 수용체가 자극을 받아 뇌에 있는 중독 중추를 흥분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하여 짠맛을 찾게 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성권 교수는 “우리 사회 음식 전반에 나트륨이 과도하게 함유됐기 때문에 나트륨 과다 섭취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가정식, 외식, 가공식품, 음식재료, 식습관 등 우리 사회 음식 산업과 문화, 제도에서 짠맛을 줄여나가는 대대적인 캠페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소금과 나트륨
나트륨은 철분·칼슘과 같은 무기질의 일종이다. 인체에 들어와 삼투압을 통해 체액의 양을 조절한다. 과다 섭취하면 고혈압을 유발한다. 소금 성분의 약 40%가 나트륨(Na· Sodium)이고, 소금이 나트륨 섭취의 최대 공급원이기 때문에 '싱겁게 먹기'는 '나트륨 적게 먹기'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