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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다섯 시 반 마을 사람들이 마을 중앙에 모여서 제물을 메고 산신단에 가서 산신제를 지내고 찹쌀떡을 구워서 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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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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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아침 5시 반 일본 시가현 히노초(日野町) 마츠오(松尾) 마을 산신제에 다녀왔습니다. 40여 세대가 모여서 사는 히노초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정월이 되면 마을 한가운데 있는 가츠나가(勝長) 신사에서 산신제를 준비합니다. 산신제 제물로 사용할 찹쌀떡을 만들고, 말린 오징어, 다시마, 벼이삭, 곶감, 술, 소금 등을 준비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산신제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오래전부터 대대로 이어왔다고 합니다. 마을은 비교적 낮은 언덕에 남향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동서로 소나무나 삼나무 숲이 있고 마을 앞 남쪽으로는 넓은 논이 펼쳐져 있습니다. 큰길에 이어진 논들은 이제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건물이나 상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침 5시 전부터 산신제를 담당한 제관들은 일찍 마을 한가운데 있는 가츠나가 신사에 모여 앞마당에 장작불을 피우고, 산신제 제물을 옮겨갈 그릇에 담느라 분주합니다. 다섯 시 반이 되어가자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을사람들이 다 모이자 제물을 두 곳에 나누어 긴 장대에 꿰어서 어깨에 메었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산신제 제물을 어깨에 멘 제관은 마을 한가운데 신사에서 출발하여 마을 안길을 걷다가 두 갈래로 갈라지는 곳에서 둘로 나뉘어 동서 산 제단으로 각각 향합니다. 마을 사람들도 적당히 나뉘어 양쪽으로 갈라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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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산신제는 요즈음 신앙적인 기능보다는 마을 사람들이 더불어 같이 준비하고 행사를 진행하면서 사람끼리 친해지며 공동체 의식을 느끼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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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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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제단은 마을 동서 양쪽 숲속 큰나무 앞에 있습니다. 산제단에 돗자리를 펴고 준비해온 제물을 펼쳐 놓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씩 산제단 앞에 와서 기원을 하고, 술을 조금 부어서 마십니다. 기원을 마친 마을 사람들은 산제단 옆에 장작불을 피워놓고 찹쌀떡을 장대에 끼워서 구워 먹습니다.
동쪽과 서쪽으로 나누어서 산신제를 지내지만 마을 사람들은 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양쪽에서 기원을 하기도 합니다. 마음 사람들은 산신제를 지내고 찹쌀떡을 함께 구워서 먹습니다. 아직 확실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말은 여러 가지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찹쌀로 만든 찹쌀떡은 끈기가 강하기 때문에 그 끈기처럼 행운과 복이 자신에게 오기를 기원한다고도 하고, 나쁜 악귀나 잡기를 찹쌀떡의 끈기로 떼어낸다고도 합니다. 특히 이곳 마츠오에서는 산신제에 참가하는 남자들이 '츠도'(짚으로 만든 주머니)를 두 개씩 만들어 오는데 그 안에 찹쌀떡을 넣어옵니다.
마을 사람들이 산신단 앞에서 기원을 할 때 츠도를 제단이 올려놓았다가 그 안에 든 찹쌀떡을 꺼내서 구워먹습니다. 츠도가 남성을 상징하고 츠도 안에 든 찹쌀떡은 남성 고환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고환을 상징하는 찹쌀떡을 뜨거운 장작불에 구워서 먹는 것은 남성과 여성의 성적 결합을 뜻합니다. 남녀의 만남에 의해서 자녀가 생산되는 것처럼 상징적인 행위를 통해서 만물의 성장과 풍요를 기원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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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노초 마츠오 마을 동쪽 산신당에서 산신제를 지내고 산신 신체인 신목에 제물을 묶어놓았습니다. 볏짚으로 만든 것이 츠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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