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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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면 / (宵火)고은영 비가 내린다고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아픔이 우리의 슬픔이 씻기겠는가 밤새 잠 못 이루고 뒤척이다가 기어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밤비 내리는 거리를 본다 몽환적인 어떤 행위의 소망을 아는 듯 빗줄기는 세차게 내리는 것도 아니고 밤새 끈적이며 가난한 내 마음과 온 밤을 적신다 장미의 계 절에 비가 내리고 우기의 때가 온 것이다 가슴에 발진이 돋고 스멀거리는 슬픈 기억이 새순을 틔우는 시간 세상을 굽이치는 우리의 관계에 결코, 한 점 부끄럼 없이 나도 너와 우리를 향해 순결한 바람처럼 머물다 때 되어 한 세상 하직하면 그만인 것을 우리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었을 때는 어떠한 변화 가운데도 우리가 변하면 안 되는 것들이 더러는 있다 사람이기에 한결같아야 한다는 것 상실한 우기가 가슴에 물든 기슭 부끄러움과 부족한 나의 허물이 지금은 허공을 부유하다 서글픈 각질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린다 그리곤 그것들도 비에 젖는다 지금은 선명한 침묵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벗을 위해 울어도 줄 수 있는 마음 그것을 사랑이라 말하지 않아도 좋다 미움으로 돌아서지만 않는다면 이를 탐한 적이 없었으므로 우리는 서로에게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조금도 사랑을 의심하지 마라 우리의 관계에서 우리는 언제고 선을 지향하였기에 더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얻을 생각조차 없었음이니 자학하다 쓰러지는 자리마다 못 견딜 오해와 섭함을 견딜 순 있어도 사람을 잃는 건 싫다 왜냐하면, 우리는 언제나 아름다운 사람을 그리기에 사랑이라 불리지 않아도 좋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진정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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