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 보지
옛날 옛적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
한양 어디쯤에 선비 한 사람이 살았답니다.
그는 자기가 다니는 절의 큰스님을
지극히 존경했더랬답니다.
어느 날
그는 부인에게 절에 가서 그 큰스님을 한 번
찾아뵙고 오라고 일렀드랬습니다.
자기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나 되는 양 설치고 다니는
그녀의 오만한 굴레를 벗겨 볼 요량으로
부인이 절을 하고 큰스님을 친견하였는데
스님은 한참 동안 그 부인의 말을 듣더니
지긋이 눈을 감고 있다가
느닷없이 '벗어보지' 하는 게 아닌가.
부인은 당황했지만 큰스님의 뜻을 거역할 수 없어
윗옷을 벗으니 큰님은 또 '벗어보지'하였드랬답니다.
벗으면 또 벗으라고 하여 벗고, 또 벗으니
마지막엔 빤츄만 남게 되었는데
또 "벗어보지" 하는 게 아닌가?
그 부인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문을 박차고 나와
집으로 돌아와 버렸드래요.
집에 와서 남편에게
"여봇, 그 놈의 땡중이 무슨놈의 큰스님이란 말여요?
유부녀 옷이나 벗기는 색골 주제에'
가만이 듣고있던 남편
'어허, 당신 또 얼굴에 똥칠을 하였구려
그 스님은 당신의 그 오만한 아상(我相)의 꺼풀을
벗으라는 걸 가지고 벗으라면 몸뚱이 옷밖에 모르는
당신이 답답구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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