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찬바람이 몸에 감기면 검은색의 마후라를 깊게 두른다.
갈 곳도 없으면서 길을 나서면 평온도 불안도 없는 거리가 낯설고
길 위에서 방황하던 무수한 언어들도 저체온으로 내려 앉는다.
춥다,
이 한마디만 토해내야 하는 겨울의 거리는 흡사 박제된 표본처럼 무겁고 무표정이다.
늘상 소란거리거나 웅얼거리게 했던 햇빛,
지금은 명도가 낮아져 건물들조차도 웅크리고 있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저 눈송이들은...,
아직도 참지 말아야 할 목숨의 노래, 연민의 노래를 어쩌자고 풀풀 날리는가.
그리 멀지않은 역에서는 도대체 어짜고 그리움 한묶음 퍼놓는 기적소리가 눈송이 속에 묻히는가.
결코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다가 불현듯 멈춰 서서 이미 몸속으로 들어온 길, 영혼으로 찾아간 길,
어쩌면 유일한 등불이었을 그 길이 마침내는 우화처럼 부질없는 이야기로 끝나가고 있고
이제는 강열한 내성을 지녔던 사념의 물코조차 근력을 잃어가고 있어
그 무언가를 더 많이 끌어 당기지 않으면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을 것 같은 무력감을
회복시킬 길은 없는데 아직도 어딘가에 남아있을 행운의 끝자락을 움켜잡고 싶은 열망이라니....
길,
나를 찾고 자아를 찾고 나를 넘치게 할 수 있었던 길,
감정과 감성이 지극히 순도가 높은 처방으로 인하여 성찬을 즐길 수 있었던....,
이제는 굶주려도 좋으리라.
충분히 넘쳐나는 사치를 누렸다면 이제는 비울줄 아는 황송함도 깨달아야할 때....
그렇구나,
거리는 멀고 멀어도 같은 마음의 빛깔로 인하여 서로 함께할 수 있는 교감의 공지가 있다는 것,
그립다, 라는 한마디 말로 나의 전부를 실어낼 수 없는 또 다른 그 무엇...
이젠 깃털처럼 가볍게 나를 비워야 할 나이에 다시 봇물처럼 터지고 있는 야릇한 신열이라니....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엉터리고 뒤죽박죽인, 도대체가 엉킨 실타래처럼 풀고 또 풀어도 풀어낼 수 없는 문제 하나...
무위도식하는 내가 어쩌자고 千日夜話 같은 꿈을 꾸고 있으니 참으로 기막힐 노릇이다.
칼바람 속으로 눈이 펄펄 내린다.
눈이 내리고 있지만 저런 눈으로는 안 됐!
더 많이 내려라,
한 여름 날의 폭우처럼 펑펑 쏫아져 내려라,
한 50m쯤 내려서 하늘과 땅이 맏닿아 눈 속에서 낑낑거리다가 꼬꾸라저 디지게.....
Sun of beach! Fucking! 빠가야로!
당신에게로 향하는 그 길을 나는 한발자욱도 생략할 수 없습니다.
나는 세속의 티가 너무 많이 묻어 타락했다고 해도 할 말은 없고 굳이 변명하고도 싶지 않지만
허지만 당신에게로 가는 길은 순백의 길이기를 내 자신에게 다짐합니다.
비록 찰나의 여운만 남긴 채 사라지는 유성 같은 사랑일지라도
가장 화려하고 눈부시게 산화되는 그 뜨거움 속으로 나를 던질 것입니다.
후회도 없고 여한도 없이 당신에게로 다가 서서 낭랑하게 부서질 것입니다.
바람은 결코 머물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기에 어딘가로 끊임없이 흐르고
사랑 또한 머물 집이 없어 이별이라는 집을 짓겠지만 그렇지만 당신이 내어주는 그 집 안에서
잠시라도 흐므지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 밤도 이렇게 당신 속으로 하염없이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도 몸도 웅크리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싫지만
허지만 당신이 있기에 나는 아무 두려움 없이 달콤한 아픔과 슬픔을 느끼고 있단 말입니다.
불현듯 강열한 태양이 그립고.... 그 태양 아래서 당신과 와인 한 잔...
우~~~ 썸머와인..... 한 곡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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