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추위와 바람,숨 막히는 러셀과 얼어붙은 빙폭,눈사태의 위험 등 이런 것들이 없다면 겨울산이 아니다.겨울산은 다른 계절보다 위험 요소가 많은 만큼 준비해야할 장비도 많다.이런 것들을 다 꾸리자면 배낭 무게도 만만치 않아 체력 소모도 크다.일조시간이 짧은 만큼 산행 시간도 줄기 때문에 해발1500m이상 되는 큰 산일 경우 오후3시면 하산이나 야영을 결정해야 한다.
당일 산행일 경우 코스도 가급적 동쪽에서 서쪽 능선으로 잡는 것이 운행하기 좋다.겨울 계곡은 빨리 어두워지기 때문이다.겨울산에서만 필요한 꼼수도 많다.당일산행에서는 보온병을 꼭 채워가고,장기산행에서는 원두커피 거름종이를 준비하면 눈을 녹여 먹을 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기온이 떨어지면 건전지 방전이 빠르므로 헤드램프용 여분을 준비해야한다.봄·가을에 준비했던 등산장비 말고도 겨울산에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자.물론 이것 말고도 물·불·의복·식량·약품에 준하는 산행 준비물은 늘 배낭에 들어있어야 한다.
우모복-산행용도에 맞는 것을 골라라
겨울산에서 가장 주의할 점은 체온 유지다.저체온증은 특히 몸이 젖었을 때 나타나기 쉽다.땀을 흘리고 능선에 오른 후 잠시 쉴 때는 지체 없이 우모복 등 보온의류를 꺼내 입어야 한다.
겨울산은 부지런함을 요구한다.귀찮다고 몸 관리를 소홀히 했다가는 저체온증뿐 아니라 체력소모를 불러 악천후나 작은 사고도 조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우모복은 오리나 거위의 가슴부분 솜털(Down Cluster)과 날개부분의 깃털(Down Feather)로 이루어져 있다.등산용 우모복은 두 재료를80:20또는90:10정도로 혼합해 사용하는데,솜털 함유량이 많을수록 보온력이 우수하고 가격도 비싸다.우모 제품은 젖었을 경우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때문에 어느 정도 방수가 되는 원단으로 만든 것이 좋다.등산장비업체에서 만드는 우모복은 대부분 이런 기능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때문에 무조건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기보다는 자신의 산행 용도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산등반을 하지 않는 한 우모의 무게가300g만 되어도 충분하고 접었을 경우 부피가 작은 것이 배낭에 넣고 다니기도 좋다.우모복은 안에3겹 정도 옷을 입고도 충분히 착용할 수 있는 크기여야 한다.구입하기 전 봉제선으로 우모가 빠져나오지 않는지,모자는 탈부착이 가능한지,허리 부분에 바람막이 기능이 있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스패츠-내구성과 착용감을 먼저 고려하라
게이터(Gaiter)라고도 부르는 스패츠(Spats)는 눈이 신발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보온효과와 함께 아이젠으로부터 바지를 보호한다.발목까지만 오는 짧은 것도 있지만 무릎까지 오는 긴 것이 편리하다.
스패츠는 마찰에 강한 두꺼운 나일론 원단으로 만드는데,통기성을 고려해 고어텍스 등의 방수투습소재로 되어있는 것도 있다.하지만 높은 가격에 비해 실제 등산에서는 큰 효과가 없기 때문에 내구성이 튼튼하고 착용이 편리한 제품 위주로 고르는 것이 좋다.스패츠는 두꺼운 덧옷 위에 착용하므로 통이 넉넉한 것이 좋고,지퍼가 얼어붙어 고장 나는 경우도 있으므로 벨크로 테이프로 고정시키는 방식이 편리하다.등산화 아래로 두르는 밴드와 끈에 고정시키는 고리가 견고한지 등도 살펴야 한다.
장갑-최소한2~3개는 준비해야
겨울산에서 가끔 목장갑을 끼고 산행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부담 없이 쓰고 버릴 수도 있지만 면으로 된 장갑은 젖으면 쉽게 마르지 않아 겨울산행에서 좋지 않다.손가락은 인체의 끝부분에 있어 혈액순환이 어렵기 때문에 발가락과 함께 동상위험이 가장 큰 곳이다.특히 젖은 장갑을 계속 끼고 있을 때 동상은 쉽게 찾아온다.물은 공기보다 열전도율이230배나 높기 때문이다.장갑은 늘 넉넉하게2~3개 여분을 가지고 다니며 젖었을 때 바로 갈아 껴야 한다.1박 이상의 산행이라면 하루의 산행을 마친 후 다음날 사용할 수 있게 말려두어야 한다.플리스와 모직 등 다양한 보온소재로 된 등산용 장갑이 나오지만 방수와 투습에는 취약하다.때문에 눈이 많아 러셀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방수가 되는 오버미튼을 껴야한다.벙어리장갑 형태로 된 것은 활동은 둔하지만 방수가 잘 되고 보온성이 좋은 장점이 있다.취사와 촬영 등 등반 외에 다른 활동을 할 때도 장갑을 끼고 행동하는 습관을 들여야 동상을 예방할 수 있다.보온의류와 덧옷-기능성 소재로 여러 겹 입어라면으로 된 옷은 겨울산행에 적당치 않다.
동계용 의류는 젖어도 보온이 되고 잘 마르는 소재로 된 것이어야 한다.오래전부터 사용되어온 소재는 울(Wool)이지만 무게가 무겁고 세탁이 번거로워 요즘은 잘 입지 않는다.대신 플리스 소재로 된 다양한 종류의 원단으로 만든 겨울산행 의류가 나오고 있다.낮은 산을 한나절 코스로 다녀올 것이라면 고소내의를 입고 윈드블럭,윈드스토퍼 등 바람을 막아주는 소재로 된 의류면 된다.눈이 많은 산이나1박 이상의 장기산행에서는 같은 소재로 된 상의를 한겹 더 입고 방수방풍의를 착용해야 한다.여러 겹 옷을 겹쳐 입을 때 주의할 점은 겹쳐 입은 옷 중 하나라도 면소재로 되어있다면 다른 기능성 원단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겉에는 파워스트레치 셔츠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안에는 면으로 된 내복을 입고 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겨울철에 입는 방수방풍의도 봄·가을용과 큰 차이는 없다.대신 장갑을 끼고도 지퍼를 여닫을 수 있도록 끈이 달리고 모자에 얼굴을 덮을 수 있는 후드가 있는 것이 좋다.하의는 멜빵이 달리고 가슴까지 올라오는 형태로 된 것이 보온력도 좋고 격한 움직임에도 허리로 눈이나 이물질이 들어오지 않아 좋다.등산화를 신은채로 입고 벗을 수 있도록 옆단에 지퍼가 달린 것이 편리하다.
피켈-겨울산의 상징적 장비
경사30°이하의 완사면에서는 알파인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균형을 잡거나 배낭 무게를 분산하는데 효과적이다.겨울철에는 눈에 빠지지 않는 동계용 바스켓을 끼워야 한다.하지만 급경사나 적설량이 많은 곳에서는 피켈이 더 유용하다.워킹용 피켈은 머리 부분을 잡고 섰을 때 피켈 끝이 바닥에 닿으면 안 된다.키가175cm인 경우65cm정도 길이가 적당하다.피켈은 단지 지팡이처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응용할 수 있는 등반기술이 많다.사용에 앞서 프랑스식 등반기술을 익혀두어야 한다.익숙해지면 피켈 한 자루로도 경사60°빙벽까지 무난히 오를 수 있다.계곡을 횡단할 때도 피켈로 두드려 확인해 가며 건너는 것이 안전하다.피켈은 야영 중 텐트를 고정시키거나 설면을 고를 때도 유용하게 쓰인다.
등산화-바닥 딱딱하고 방수기능 있는 것으로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동계용 등산화라고 하면 플라스틱으로 된 이중화를 꼽았지만 요즘은 가죽화나 고어텍스 등의 방수투습소재를 사용한 등산화가 주를 이룬다.방수와 보온기능으로 치면 플라스틱 이중화가 가장 성능이 뛰어나지만 무게가 무겁고 보행이 불편하며 발에 찬 땀이 통기가 안 되는 단점 등이 있다.길어야2~3일인 국내 산행에서는 가죽소재로 된 동계용 등산화면 충분하다.
겨울산의 주 보행법인 킥 스텝(Kick Step·발앞꿈치로 눈을 차서 발 디딤을 만드는 것)이나 플런지 스텝(Plunge Step·발뒤꿈치로 눈을 다지며 내려오는 보행법)을 위해서는 바닥창이 딱딱하고 발가락 부위가 구부러지지 않는 것이 좋다.아이젠을 착용했을 경우에도 바닥이 유연한 등산화는 발의 피로를 가중시키고 아이젠이 이탈되기 쉽다.1박 이상의 산행일 경우 하루 산행이 끝나면 잠자리에 들기에 앞서 등산화에 묻은 눈을 털어내고 스토브나 신문지를 이용해 잘 말려두어야 한다.야영을 할 경우 등산화를 밖에 두고 자면 밤새 눈이 등산화 속으로 들어오거나 아침에 얼어붙어 신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등산화를 침낭 속에 넣고 자면 아침에 상쾌한 출발을 할 수 있다.
아이젠-상황에 따라 신고 벗어라
아이젠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아이젠이 본래 독일어 슈타이크아이젠(Steigeisen)의 일본식 준말이라는 것도,영어로 크램폰(Crampon)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도 산악인에게는 상식이다.대체적으로 워킹용은 아이젠,빙벽등반용은 크램폰으로 불리고 있다.하지만 아이젠을 겨울산행의 필수품쯤으로 생각하고 시도 때도 없이 착용하고 다니는 것은 좋지 않다.아이젠의 톱니가 나무뿌리를 해치고 등산로를 넓히기 때문이다.겨울산이라도 적설량과 눈 상태에 따라 아이젠 없이도 얼마든지 운행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젠은 늘 배낭 한구석에 지니고 다녀야 한다.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는 빙판이 형성되기 때문이다.워킹용 아이젠은1~3만원이면 구할 수 있는4~6발 형태면 충분하다.자주 신고 벗어야 하므로 탈착이 쉽고 밴드 부분이 튼튼한 제품으로 고르면 된다.전체가 빙판으로 이루어진 계곡 등을 오를 때는 아이젠의 톱니가 모두 고르게 닿을 수 있도록 발바닥 전체로 디뎌야 미끄러지지 않는다.아이젠을 사용한 후에는 물기를 잘 닦아 구두약을 살짝 발라놓으면 녹이 슬지 않는다.
스토브-화재와 질식을 주의하라
지정된 장소 이외에 취사를 하는 것은 전국 대부분 산에서 금지되어 있다.하지만 겨울산에서 저체온증 등 위급한 상황이 닥치거나 장갑과 신발을 말릴 때 스토브는 큰 위력을 발휘한다.가스스토브에 사용되는 부탄가스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화력이 급격히 떨어진다.프로판이 섞인 동계용 가스를 쓰거나 가스통을 더운물에 담가놓는 등 방법이 있지만 겨울철에는 휘발유 스토브만한 게 없다.휘발유 스토브는 연료통과 스토브가 일체형으로 된 것과 따로 분리되는 것 두 종류로 나뉜다.국내산에서는 일체형으로 된 것이 가볍고 편리하다.
장기산행에 나설 경우에는 산행에 앞서 필요 연료량을 계산해 준비해야 하는 것이 무게를 줄이는 방법이다.정제휘발유의 경우 한식1인1끼에60cc정도 소모되므로 인원과 취사 횟수를 곱하고 예비량을 더한 양만큼을 준비한다.야영시 텐트 안에서 스토브를 켜야 할 경우가 많다.스토브 점화는 텐트 밖에서 하고 들여오는 등 화재 예방을 위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스토브를 켜놓고 잠들어 질식하는 사고도 종종 발생하므로 꼭 완전히 불이 꺼진 것을 확인하고 텐트 밖에 두고 자야한다.
텐트-눈사태에 대한 안전장치를 하라
전문 원정용 텐트가 아닌 이상 등산장비업체에서 나오는 텐트는 대부분 사계절 모두 무난히 사용할 수 있다.플라이가 필요 없는 고어텍스로 된 텐트도 나오지만 무게가 무겁고 보온능력도 떨어진다.동계용으로 사용할 텐트는 환기구멍이 있고 플라이가 바닥까지 내려오는 것이 좋다.눈밭에 텐트를 칠 때는 먼저 눈사태 위험이 없는 장소를 고른 후 동료끼리 어깨동무를 하고 눈을 충분히 다져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작업을 소홀히 하면 자다가 체온으로 바닥이 녹아 울퉁불퉁해져서 상당히 불편하다.플라이를 친 후에는 끄트머리를 눈 블록 등으로 막아 본체와 플라이 사이에 공기층이 유지되도록 해야 보온효과가 높다.계곡에서 야영할 때는 눈사태를 주의해야 한다.경사45°사면 근처에서는 야영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텐트 폴 크로스 부분에 로프를 묶어 근처 높은 나무에 매달아두면 눈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휩쓸릴 확률이 적고 구조도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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