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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등산인들이 산행 식량을 먹는 데 있어 잘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산에서 맛있게 잘 먹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몸과 음식물의 성분, 음식물이 에너지화되어 운동에 쓰이는 원리를 적용하면 한국 사람들의 산행 식량과 섭취 방식은 다 잘못되었다.
간단히 얘기하면 산행을 위해선 적절한 때에 적절한 음식을 알맞게 먹어야 한다. 체력은 사람마다 다르다. 컨디션도 때에 따라 다르다. 여럿이 산행을 할 때 걷는 속도, 휴식 시간, 먹는 시간, 먹는 음식, 먹는 양이 제각각 다르다. 결국 올라가는 속도와 휴식시간, 먹는 시기, 종류, 양 모두 달라야 하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우리는 과연 이것을 지킬 수 있는가. 우리나라에서 여러 사람들과 산을 탈 때 자기가 준비한 음식을 혼자서만 먹는 것이 가능한가. 그렇게 했다간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적인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이에 반해 서양 사람들은 산행이나 등반할 때 철저히 개인적으로 식량을 먹는다. 권하지도 않고 달라고 하지도 않는다.
구조대의 말을 들어보면 저체온증이나 탈진으로 구조당한 사람 대부분은 배낭에 먹을 것이 많다고 한다. 즉 먹는 방법이 잘못 되어 영양분을 적당한 때에 섭취하지 못했기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먹어야 할 시기를 놓치면 입맛을 잃게 되고 몹시 지쳐서 먹지 않게 된다. 이것은 몸이 음식을 받아들일 상태가 아니라고 거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5년 전 10월 10명이 설악산을 찾았다. 오색~대청봉~공룡능선~비선대로 가는 코스였는데 악천후를 만나 대청봉에서 진눈깨비를 맞았다. 마등령에 왔을 땐 50대 한 명이 저체온증으로 심각한 상태였고 구조대가 출동, 비선대로 업어왔으나 사망하고 말았다. 이때 나머지 9명은 멀쩡했다. 사망한 그도 평소 건강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평일날 무리해서 일을 하고 주말에 아침식사도 거르고 산에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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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박산행은 먹는 즐거움이 크다. 그러나 더 안전한 산행을 위해 식량과 에너지의 관계를 알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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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거르면 혈당수치가 떨어져서 금방 지친다. 자기 몸의 상태를 그도 알았지만 일행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 먹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나중에 쉴 때 먹어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쉬는 시간이 되자 그는 지치고 입맛이 없어 많이 먹질 못했다. 이미 먹을 타이밍을 놓쳤으므로 신체는 소화시킬 힘이 부족해 입맛을 떨어뜨린 것이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에너지가 고갈되어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인간의 육체는 운동할 때 산소를 필요로 하고 소화시킬 때도 산소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밥을 먹고 나서 바로 산행하면 평소보다 숨이 더 가빠 걷기 힘들다. 소화하는 데에 산소를 쓰고 있는데 운동까지 하니 산소가 배로 필요하고, 인간이 들이 마실 수 있는 산소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힘든 것이다. 달리 말하면 식사 직후 운동하면 몸이 무겁고 힘든데, 이것은 신체 내부에서 소화를 위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고 외부에서도 운동에너지를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 신체 부담 때문이다.
탈진되어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음식을 먹어도 흡수가 잘 안 되고 에너지 대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즉 식품을 소화시킬 수 있는 에너지가 남아 있을 때, 지치기 전에 먹어야 한다. 그래서 산행할 때는 배고프기 전에 먹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허기져서 배꼽시계가 울릴 때 먹어야 한다는 건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시장기는 몸이 뇌에 보내는 섭취시기를 놓친 것에 대한 경고다. 그러면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학생이나 직장인들 모두 아침, 점심, 저녁 세 끼 배고플 때 먹는데 이것도 잘못된 것이냐고 말이다. 옳다. 잘못된 것이다. 인간의 신체만 놓고 본다면 끼니를 구분하지 않고 틈틈이 조금씩 먹는 게 더 유익하다. 하루 세 끼를 칼같이 구분한 것은 아마도 인간이 조직사회를 구성하면서부터 노동자에게 효율적으로 많은 일을 시키기 위해 시간 배분을 한 것이 굳어진 것일 것이다. 결국 산행할 때는 한꺼번에 많이 먹기보다는 자주 먹어야 한다.
산행에 쓰이는 에너지는 어디서 오나
사람에게 필요한 6대 영양소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물이다.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영양소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다. 여기까지만 얘기해도 어렵다고 손사래를 치는 이들이 있다. 딱딱한 내용이긴 하지만 효율적인 산행을 위해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이다.
●탄수화물
당질이라고도 하는데 탄소, 수소, 산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구상에 가장 많은 에너지원이다. 1g당 4cal의 열량을 내며, 사람이 하루에 섭취하고 사용하는 열량의 50~60%를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탄수화물에는 단당류, 이당류, 다당류 등이 있지만, 소화되는 과정에서 대부분 포도당으로 변해 혈액을 통해 각 조직에 운반된다.
포도당은 에너지 대사과정을 거쳐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며, 고인산화합물인 ATP(adenosine tri phosphate)를 만들어 내고, 이 ATP가 바로 운동할 때 근육을 수축, 이완시키고 열을 발생시키는 에너지로 사용된다. 이용되는 에너지보다 많은 양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글리코겐 형태로 근육과 간에 저장되거나 중성지방 형태로 지방조직에 저장된다. 만약 장거리 산행으로 체력소모가 심해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포도당이 부족하게 되면 근육과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이 포도당으로 변해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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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탄수화물처럼 탄소, 수소, 산소의 화합물로 1g당 9cal의 높은 열량을 낸다. 보통 하루 열량의 20~25%를 차지한다. 흡수된 지방은 글리세롤과 지방산으로 분해되는데, 글리세롤은 직접 에너지로 사용되며 지방산은 체지방으로 축적된다. 지방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과 달리 무한정 체내에 저장될 수 있다.
지방은 몸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것은 물론, 축적된 피하지방이 추위와 더위로부터 단열작용을 한다. 섭취 후 4시간까지는 소장에 머물러 서서히 소화돼 배고픔을 지연시켜 준다. 지방이 연소될 때 생기는 물의 양도 단백질이나 탄수화물의 2배나 되므로, 사막에서 생활하는 동물에게는 중요한 영양저장물질이다.
●단백질
탄소, 수소, 산소, 질소의 복합 화합물로 1g당 4cal의 열량을 낸다. 하루 열량 중 5~15%를 차지한다. 단백질의 기본 구성단위인 아미노산은 약 23가지가 있는데, 약 15개는 신체 내에서 합성이 되고, 약 8개는 필수아미노산이라 하여 반드시 외부에서 섭취해야 정상적인 신체활동이 가능하다. 단백질은 에너지원보다는 근육을 비롯한 신체조직의 기본 구성요소로 사용되며 세포무게의 10~20%를 차지하는데, 운동을 많이 한 근육세포는 단백질이 많다. 그러나 단백질을 많이 섭취한다고 해서 근육이 증대되지는 않는다.
단백질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과정은 탄수화물이나 지방에 비해 더 복잡하다. 우리의 체질에 맞는 대한민국 에너지 권장량은 탄수화물 65%, 지방 20%, 단백질 15%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