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풀 꺾이니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귓가를 스치는 바람을 맞으며 페달을 밟는 자전거 마니아들의 마음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특히 남한강변의 부드러운 풍광을 감싸 안듯 달리는 남한강 자전거길이 주말이면 수천 명의 자전거 여행자가 몰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중 서울 외곽 팔당대교에서 출발해 남양주~양평~여주에 이르는 63㎞ 구간은 가족 단위 자전거 여행객이나 동호인들이 많이 찾는 명품 자전거길로 부상하고 있다.
◇중앙선 폐철로 따라 남한강 절경 펼쳐져
남한강 자전거길은 중앙선 복선화로 쓸모없게 된 폐철도 구간과 폐철교, 간이역사 등을 재활용해 명품 자전거길로 탈바꿈시킨 것이 특징. 남양주 팔당에서 양평까지 이어지는 27㎞ 길이의 중앙선 폐철로 구간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전거길 중 하나로 꼽힌다. 중앙선 팔당역에서 출발해 능내역~북한강철교~양수역~신원역~아신역을 거쳐 양평역 인근 양근대교로 이어지는 구간은 녹슨 기찻길을 가운데 두고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다. 여기에 두물머리를 비롯한 자연 명소와 다산 정약용 유적지 등이 자전거길 주변에 있어 살아있는 역사자연박물관이기도 하다.
중앙선 폐철로 구간에는 철로가 지나던 9개 폐터널도 재활용돼 자전거길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특이한 곳은 260m 길이의 봉안터널. 터널 내 자전거 이동을 감지하는 센서 조명이 달려있어 자전거가 줄지어 달려올 때마다 자동으로 불이 켜지고 꺼지는 모습을 연출한다.
봉안터널을 빠져나오면 추억의 간이역인 능내역으로 진입한다. 한동안 버려졌던 간이역사는 남한강 자전거길이 역사 앞을 지나면서 주민들을 위한 전시·휴식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녹슨 기찻길에 기차 카페가 들어서고 역 앞에는 폐공중전화 박스를 재활용한 단청빨간색의 무인 인증센터도 설치됐다.
능내역 인근에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태어난 다산유적지가 있다. 유적지에는 복원된 다산 선생의 고택과 묘소, 사당, 기념관 등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바라본 팔당호수는 한 폭의 수채화 같다.
◇북한강철교 자전거길로 재활용
남한강 자전거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소는 폐철교를 그대로 살려 자전거길로 만든 북한강철교(460m). 중앙선 기차가 다니던 철교 상류 쪽에 새로운 철교가 들어서면서 철거 비용만 100억원 이상 들어갈 애물단지로 전락한 철교를 자전거길로 활용했다. 교량의 철구조물은 그대로 두는 대신, 기차가 다니던 철로 자리에 천연 목재로 바닥을 깔았다. 철교 바닥 4군데에는 흐르는 강물이 보이도록 투명 강화유리를 설치해 강물 위를 달리는 아찔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철교 양단에는 카페와 쉼터를 설치했고, 밤에는 경관 조명을 밝힌 철교가 강물과 어우러진다.
북한강철교 위에서 바라보이는 두물머리는 한강 절경 중 하나. 두물머리는 태백 검룡소에서 흘러내린 남한강과 북한강물이 하나로 합쳐지는 곳으로, 각종 영화·광고 촬영지이자 데이트 코스로 유명하다. 인근 양수역도 최근 자전거 여행의 메카로 떠올랐다. 양평군청이 중앙선 전철을 타고 온 여행객들에게 저전거를 무료로 빌려준다. 양평역 인근 기찻길 아래 공터에서는 끝자리가 3·8일로 끝나는 날에 양평 5일장이 열린다.
양수역에서 다시 길을 나서면 터널 여러 개를 통과한다. 페달을 밟는 발에 힘이 붙고 등에 땀이 배는가 싶더니 어느새 여주 땅. 여주 이포보가 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백로가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모습이다. 여주에서는 남한강 물길 중 여주를 휘감아도는 40여㎞ 구간을 따로 ‘여강’이라고 부르는데, 산빛이 곱고 강물이 맑아 자전거가 달리는 길마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포보에서 가족 나들이 장소로 바뀐 당남리섬과 여주저류지 사이로 난 강변길 9㎞를 달리면 여주보를 건너게 된다. 여주보는 세종대왕 때 만들어진 측우기 모양이다. 지척에 있는 여주읍내에서는 세종대왕릉, 영월루, 금모래은모래공원, 신륵사 등을 둘러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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